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해외에 버려진 한국 입양인의 슬픈 절규

by 하마메리스 2025. 11. 10.

검은 시스루 옷을 입은 시크한 표정의 최진실 배우.
수잔브링크의 아리랑. 고 최진실 주연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1991년 개봉한 영화로써 지금은 고인이 된 수잔 브링크 씨(한국명: 신유숙)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전쟁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스웨덴으로 입양된 우리나라 소녀가 겪어야 했던 기구한 삶과 정체성 혼란, 그리고 버림받은 슬픔을 정면으로 다루며 당시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하기도 했었지요. 이점이 놀라운 것이 그 당시까지도 미성년자가 극장에 가는 것도 단속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어쨌든 이 작품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해외 입양 문제와 정체성 혼란, 그리고 해외 입양의 그림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기본 정보

-   감독: 장길수
-   개봉일: 1991년 9월 14일
-   원작: 신유숙(수잔 브링크)의 사연을 담은 인간극장
-   장르: 드라마, 실화 바탕, 휴먼 드라마
     (한인 입양아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작품)
-   주연: 최진실 (수잔 브링크 / 신유숙 역), 김성수 (한영철 역)
-   주요 특징: 실화 바탕의 아픈 서사: 한인 입양아의 정체성 혼란과 비극적인 삶을 여과 없이 그려냈습니다.
최진실의 연기 변신: 당시 청춘스타였던 최진실 배우가 파격적인 노출과 처절한 감정 연기로 화제를 모았어요. 해외 입양이라는 사회의 어두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작품이죠.


줄거리: 세 번 버려진 한인 입양아 이야기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어린 시절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신유숙(최진실)의 파란만장하고 비극적인 삶을 따라갑니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유숙은 너무 가난해서 먹는 입을 줄이겠다는 처절한 이유로 스웨덴으로 입양 가는데, 그녀를 기다리던 것은 따뜻한 사랑이 아니었죠. 유숙은 스웨덴 스톡홀름 시에 자리 잡고 있던 브링크 가의 집에 입양되어 수잔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처음엔 세상도 다 줄 것처럼 사랑해 주던 스웨덴 양부모, 특히 양어머니로부터 이유도 알 수 없는 태도 변화와 미움과 냉대를 겪게 됩니다. 극심한 차별과 고독감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던 수잔은 18살이 되자 양부모로부터 독립해 살아가게 됩니다. 홀로 선 수잔은 사랑을 찾아 방황하지만, 한 번도 진실된 사랑을 받아본 적도, 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 사귄 남자친구에게 몸도 마음도 무한 헌신을 하는 사랑을 하죠. 그러나 남자친구는 그런 수잔을 이용만 합니다. 그녀가 임신 사실을 알리자, 남자친구는 수잔을 버리고 떠나고 그동안 그의 외도 상대가 가장 믿었던 친한 친구라는 걸 알고는 그 배신감에 결국 자살까지 시도하게 됩니다. 극적으로 살아난 수잔은 미혼모가 되어 홀로 아이를 키우며 모진 삶의 바다를 해쳐나갑니다.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수잔에게 한국의 방송사 제작진들이 찾아옵니다. 그들은 수잔과 인터뷰를 하죠. 수잔은 자신의 근원과 뿌리를 찾고 싶어 인터뷰에 응합니다. 1990년대 초, 서울에서 그 방송을 수잔의 어머니가 보게 되고 방송사의 도움으로 수잔과 어머니는 서울 김포공항에서 40여 년 만에 상봉을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에 대한 평: 잊혀서는 안 될 가슴 아픈 기록

영화는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입양아들이 겪는 뿌리가 잘린 정체성의 혼란, 입양 가정에서 겪는 냉대와 무관심 그리고 입양 보낸 한국 사회의 무관심을 날카롭게 고발합니다. 그녀의 삶은 너무나 실제적이어서 더 마음 아픈 '논픽션'에 가까웠어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개봉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충격적인 내용과 고 최진실 배우의 파격적인 연기로 평단과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며 사회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기도 합니다.

1.  해외 입양 문제의 어두운 단면을 폭로

"그동안 가려져 있던 해외 입양의 비극적인 현실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전쟁고아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해외로 입양 보내졌던 수많은 아이들이 과연 행복하게 살았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당시의 사회 시스템과 인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했습니다. 게다가 스웨덴에서 한인 입양인들이 온갖 차별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을 고발하며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스웨덴만 저랬던 건 아니겠죠......) 또 평론가들은 '아리랑'이라는 제목이 고향을 떠나 이국땅에서 버림받고 설움 속에서 살아가는 한민족의 한(恨)과 절규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수잔 브링크의 삶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한국의 역사와 사회가 만든 아픔의 증언이라는 거죠.

2.  최진실 배우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

"최진실의 연기가 수잔 브링크의 비극적인 삶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극찬이 그 당시에 끊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발랄한 하이틴 스타 이미지였던 최진실은 이 영화에서 정신 착란 증세와 폭력성, 노출 연기까지 감행하며 섬세하면서도 처절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어요. 그녀의 연기가 영화의 비극성을 극대화하고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일각에서는 당시 최진실의 노출 연기에 대해 과도한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죠. 하지만 이는 영화가 담고 있는 비극적인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한 연기적 선택이었다는 옹호론도 존재했습니다.

3.  깊은 심리 묘사와 인간 본연의 고통

영화는 수잔 브링크가 겪게 되는 끊임없는 버려짐(친가족, 양부모, 친구, 연인)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외로움, 그리고 존재론적인 정체성 혼란을 심도 있게 탐구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어린 유숙이 입양되기까지 한국에서의 분량, 스웨덴으로 입양, 양모의 태도 변화로 인한 수잔의 자살 기도, 미혼모가 된 수잔, 이후 진짜 뿌리를 찾았 ..." 등 영화는 수잔의 삶의 궤적을 촘촘히 쫓아가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는 단순한 슬픈 이야기를 넘어, 인간 본연의 취약성과 생명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왜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봐야 할까요?

역사적 통찰력과 사회적 성찰: 한국 현대사의 아픈 손가락인 해외 입양 문제를 이해하고,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스웨덴에는 아직도 그런 차별이 있다'고 경고하는 듯, 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강렬한 연기와 깊은 울림: 최진실 배우의 혼신을 다한 연기와, 인간의 가장 깊은 고통을 다룬 서사는 당신의 가슴을 울리고 깊은 여운을 남길 거라고 확신합니다. 슬픈 비극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고뇌는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해요.
정체성 탐구의 여정: 자신의 뿌리를 찾아 헤매는 수잔의 여정은 우리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 '진정한 나의 집은 어디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 겁니다.


결론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단순한 영화 한 편이 아니라, 한국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고, 한 인간의 기구한 삶을 통해 사회에 깊은 성찰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한인 입양아가 겪어야 했던 비극과 차별, 그리고 정체성 혼란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요……지금도 우리는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거든요. 수잔 브링크 씨처럼 양부모에게 냉대와 학대를 당하다 자살하는 입양인도 많고, 좋은 양부모를 만나 사랑받고 자랐어도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자살하는 입양인들도 너무나 많다고 들었습니다. 또 무책임한 양부모 때문에 시민권을 받지 못해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입양 보내진, 그들에겐 기억조차 제대로 없는 우리나라로 강제 추방 당한 입양인들도 상당수입니다. 몇 년 전 이 문제로 사회면이 시끌시끌했었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미국 법원에서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지, 결과 자료가 없네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국인 해외 입양인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세계 어느 곳에서는 또 다른 수잔 브링크 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선택해서 간 해외로의 입양이 아닌 만큼 정부가 이 문제도 이젠 신경써야 할 때라고 봅니다. 우리들도 입양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때라고 봅니다. "불쌍한 사람"이라는 등, 당연히 우리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든가 우리말을 배워야 한다고 강제한다든가 하는 그런 것들 말이죠.  그들은 우리가 외면해서 강제로 해외로 입양 간 사람들입니다. 어쩌다 외국어를 잘하는, 잘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말

그래서 친부모를 만난 신유숙 씨는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뿌리를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사촌오빠며 친오빠며 신유숙 씨의 도움으로 스웨덴에서 사업으로 돈 벌려고 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남은 건 배신감 뿐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친가족들과도 절연했다고 합니다. 그 후 혼자서라도 딸과 함께 잘 살아가면 좋았으련만, 스트레스 때문인지 암에 걸려 투병 끝에 나이 46세에 돌아가시고 맙니다. (2009년) 우연이겠지만 영화 속 유숙 씨를 연기했던 최진실 씨가 작고한 지 1년 후였습니다. 유숙(수잔)씨의 기구한 운명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최진실 씨와 신유숙 씨. 진심으로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